연애 이야기(결혼글귀) _ 결혼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첫 걸음

그때 저는 25살의 학생으로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어렸지만 6년이나 사귄 그녀였기에

결혼은 아주 당연한 결심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제가 안스러웠는지 결혼을 허락해 주셨고

그녀의 부모님 또한 크게 반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양가 상견례와 식장 예약, 청첩장 등

처음엔 하나씩 준비를 해가며 마냥 설레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 결혼비용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고작 2000만원.

좋은 집은 커녕 햇빛이 들어오는 집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먼저 결혼한 친구들처럼

멋진 가구와 살림으로 신혼집을 꾸미고 싶어 했지만

우리에 현실은 비참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그녀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기야?

그냥 자기 결혼 비용으로 집구하는데 같이 합치면 안될까?

 

 

뭐??

그럼 우리 신혼살림은 어떻게 살건데?

뭘로 사냐고?

 

 

어.. 그건 그냥 옛날에 내가 쓰던 걸로 하면 될 거 같은데..
 아.. 미안해..

집 구하기에 돈이 너무 부족해서..

 

 

제가 말하는 것들은 중학교 때부터 써왔던 침대와 옷장, 작은 TV,

정말 허름한 것들이었고 그녀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녀의 턱 밑으로

굵은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게 뭐야?

이렇게 할거면 왜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준비도 안돼 있으면서 지금 와서 이러면 어떻게 해.

 

 

내 사정 몰랐어?

아니잖아 다 알았잖아.
 그런데 왜 말을 그렇게 하냐?
 

나도 뭐.. 이렇게 말하는게 쉬운 줄 알어?

 

 

 

 

아~ 몰라 몰라

 정말 싫어
 남들은 결혼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해 하던데,

난 뭐야?

 

 

아~ 알았어

 그럼 지금 관두면 되잖아 관둬~
 서로 부모님한테 이야기 하고 여기서 관두자고
 나도 지긋지긋 해

 

저는 이렇게 말하고는 휴대폰을 던지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습니다.

 

저는 경북 집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로 갔고

그렇게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여기서 멈추는 게..

그녀를 위해서도 더 잘된 일 일거야

그럴거야..

 

 

그렇게 제 나름대로 비겁한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

제 앞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 두 분이 결혼할 땐 지금의 나보다 더 힘들었겠지..

그래 그랬을 거야
 아.. 나 지금 뭘 하는 거냐?

 

 

그래서 저는 무작정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 앞으로 갔습니다.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정말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얼마든지 그 사람이 화낼 수도 있는 상황인데

나는 왜 그렇게 독한 말을 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드디어 아침이 되었고 출근하러 나오는 그녀의 눈은 밤새 울었는지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저는 달려가 그녀를 안았습니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알았어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런 말 하면 죽어 T.T

알지?

 

 

결국 그녀의 결혼 지참금은 신혼집을 얻는데 보태어졌고

살림은 제가 쓰던 걸로 시작하게 됐지만

우리는 그날 이후 더 이상 다투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우리 둘의 마음 가짐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모든게 완벽하게 갖춰져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첫 걸음일 뿐입니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기쁨 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돈독해 지기 마련입니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그 사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했고 가구도 바꿨습니다.

 

서로가 있어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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