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야기(이별글귀) _ 귄태기 후 찾아온 오랜 연인과의 이별

대학교 2학년 때,

새 학기 첫 MT에서 복학생이었던 그와 처음 만났습니다.

 

 

나는 2학년에 복학했다

잘 부탁한다

 

 

그는 씩씩하게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까만 피부에 하얀 이를 보이며 배시시 웃던 그의 첫인상은

무척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1학년 애들이 그 선배 참 멋있더라며

소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왠지 모를 질투가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도 '나도 선배를 좋아하나?'

확신이 안 설정도로 묘한 감정이었습니다.

 

MT이후 학교에서도 몇 개의 수업을 같이 듣게 된 선배와 저는

학년이 같아서 이래저래 부딪힐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중간고사 시즌

그가 도서관을 같이 다니자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네??

 

저 같이 공부할 친구들 있는데..

왜 굳이..

 

 

왜 굳이 라고 말하면 내가 좀 민망하잖아 ^^;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몰랐구나?
 같이 공부하고 밥도 먹고..

하여튼 너랑 늘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서

 

 

나만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

아니 나보다 더 큰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좋아서 표정관리가 안될 정도였습니다.

 

 그날부터 우린 사귀기 시작했고 비록 연애하느라 시험은 망쳤지만 

꿈에 그리던 캠퍼스 커플이 되었기에

그깟 성적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학교 구내식당, 잔디밭, 운동장, 도서관을

종횡무진하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진로 걱정이며 친구문제 때문에 고민할 때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언을 해 주었고

우유부단한 제 성격에 칼 같은 그에 충고는 늘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몇 년 뒤, 우리는 함께 대학을 졸업했고 취직도 비슷한 시기에 했습니다.

 

 

우리 둘 다 취직했으니까,

앞으로 돈 열심히 모아서 4년 뒤에 결혼하자

 

 

음..

4년 뒤에 우리 집 어디로 얻으면 좋을까?

아파트??

빌라?? ^^

 

 

그와 함께하는 미래가 당연했고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사귄지 6년쯤 되었을 때, 우리 사이는 귄태기를 맞이했습니다.

 

회사 일이 힘들면 제일 편한 상대방에게 짜증을 부렸고

주말마다 만나는 것도 좀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점점 연락하는 횟수는 줄어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별을 말했습니다.

 

 

그래. 어쩌면 이게 당연한 건지도 몰라
 아직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때 헤어지자

 

 

헤어진 지 한동안 제 마음은 편했습니다.

주말에 의무적으로 만나지 않는 대신 제 시간이 더 많이 생겼고,

주변에서 소개팅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무척 생소한 경험들이었습니다.

 

그렇게 3달을 보냈을 무렵

 

저는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 힘든 마음에 잠도 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있잖아.. 난데..

오빠, 나 요즘 너무 힘든데..

오빠가 옆에 없어서 더 힘든 것 같아

오빠는 괜찮아?

 

미안해, 안 힘들고 싶었는데..

전화 안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어서
 미안해 잠 깨워서 T.T

 

 

그날 새벽, 그는 저에 투정을 한참 동안 들어주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 결정에 변화는 없었습니다.

 

사랑이 끝나 버렸다는 건,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서로에게서 분리되어진 삶에 이렇게 적응해 가는 것일 겁니다.

 

 

 

 

오래된 연인이 헤어지기 힘든 이유는

단지 사랑을 잃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긴 세월을 함께한 나에 연인이자 가족이자 친구였습니다.

 

사랑을 잃은 것 만으로도 이토록 가슴 아픈 나에게

이별은 그 모든 의미를 아사 갔습니다.

 

앞으로도 전 그와의 이별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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