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이야기(연애글귀) _ 나의 이상형과는 너무나 다른 소개팅 남

제 작년 가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오빠로부터 소개팅 해보겠냐는 연락이 왔고

바로 다음날 소개팅 남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서로의 프로필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는 31

현재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살짝 탈모끼도 있는데다가

얼굴도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였습니다.

 

 

'아니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노안이어도 되나??

나랑 고작 2살 차인데..'

 

 

그 동안 친구들에게 내 이상형은

배우 박해일의 외모,

유희열에 입담,

공유처럼 뭘 입혀놔도 멋진 패션

이라고 말했었는데..

 

이 남자는 그런 조건에 맞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개해준 오빠를 봐서라도 한번은 만나야 했습니다.

 

며칠 뒤 그는 직접 우리동네로 찾아왔고 일단 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전 별로 잘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던터라

그가 밥을 먹자 길래 허름한 동네 삼겹살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초면에 우걱우걱 쌈을 싸먹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스스럼없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여기 맛있네요~

동네 맛집인가 봐요^^

 

먹고 3차로 맥주한잔 할까요?

 

 

소주를 조금 마셨더니 술이 조금 아쉽기도 했고

날씨도 선선하니 맥주한잔 더해도 되겠다 싶어

그가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우린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가방에 있던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보고 싶다고 하니 그는 선뜻 보여주었습니다.

 

앞장에는 그가 호주에 다녀온 사진이 걸려 있었고

뒷장에는 그의 부모님 사진이 꽂혀 있었습니다.

그의 짤막한 일기와 메모, 계획 등이 살짝 살짝 보였습니다.

 

 

 

 

'요즘은 여자들도 잘 안 쓰는데..

의외로 섬세한 남잔가 보네..'

 

부모님 사진을 보고 물어봤더니

그가 군대 있을 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게다가 그 무렵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아

결국 헤어지게 되었고

그게 마지막 연애라고 했습니다.

 

사귈 마음이 없으니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캐물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한구석이 짠해 왔습니다.

 

그렇게 그를 한번 더 만나기로 했고

그렇게 만나는 횟수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저는 그를 남자가 아닌

친한 오빠대하듯 막역하게 굴었습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어느 선 이상으론 절대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괜스레 틱틱거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는데

그가 가게로 오라 가보니

그가 직접 만든 케잌 위에 귀걸이를 올려놓고 이벤트를 준비해둔 겁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사람을 그동안 난 왜 그렇게 뭔가를 따지고

그에 비해 내가 아깝다고 생각했을까..

스스로가 참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고마워요 ^^

 

그 동안 내가 철이 없었어요
당신처럼 좋은 사람을 속상하게 하고..
나 만나면서 자존심 많이 상했었죠?

 

 

아니요~ 괜찮아요

 내가 부족한 거 다 아는데 뭐..
앞으로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그러니까 내 마음만 받아주세요 ^^

 

 

그렇게 사귀기 시작한 우리

그 후 그 사람은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변하려고 애썼고

저는 그런 변화된 모습 보다도

나를 위해 노력하는 그에 마음이 예뻐 보여

더욱더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이전에 만들어둔 이상형 같은 건 기억조차 안 날 겁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난 뒤로

탈모 같던 그 머리는 그냥 이마가 조금 넓은 거야 싶어졌고

이제는 뭘 입던, 뭘 신던 상관 없어졌습니다.

 

이제 저의 이상형은

섬세하고

가족을 아끼고

자기 일을 성실히 하는

 

그런 사람

바로 이 남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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