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연애 이야기(연애글귀) _ 오빠 나 이제 정말 지쳤어. 그만 만나

6년 전쯤 저는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생애 첫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첫눈에 반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누군가를 사랑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그를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1년 반정도 만났을까

 저는 점점 더 그에게 바라는 게 많아졌고

그럴수록 그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스물 다섯이었던 저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그가 바빠서 나에게 신경을 못쓰면

 

오빠 이럴 거면 나 왜 만나?

 오빠 같은 남자친구 필요 없어

 

이러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곤 했습니다.

 

물론 이 전부터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늘 제 기분을 맞춰주고 달래주던 그였는데,

 

그날은 저도 유독 독하게 말을 해놓고

바로 후회를 했지만 으레 그가 받아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때와는 달리 그는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고

결국 제가 먼저 전화를 했습니다.

 

 

할말 없어?

 

 

어~ 없는데.
너는 만나는 동안 늘 이런 식이야.
헤어지자는 말도 그렇게 가볍게 하고

항상 변덕맞은 니가 이젠 힘들다.

 

 

그렇게 헤어진 후 저는 최대한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이별 후유증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후 몇 개월이 지나자 친구들은 저에게 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며

소개팅을 주선해 주었습니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지만

새롭게 만난 그 사람은 놀랍도록 저랑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만날수록 그를 좋아하게 되고 점점 빠져들게 됐지만

여전히 저는 예전 버릇을 고치지 못했나 봅니다.

 

 

 

 

화가 나면 이유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심지어는 전원을 꺼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예전 남자친구는 저를 달래주곤 했지만

이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절대로 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날 풀어주려고 하지 않았고,

내 눈치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먼저 화가 풀릴 때까지 내버려두었습니다.

 

대신에 제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누구보다 귀담아 들어주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잘 해주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나에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생활에 힘들어 회사에 대한 불만만 이야기하는 저에게

무조건적으로 편을 들기 보다는

저에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습니다.

 

처음엔 그런 오빠에 객관적인 대화방식에 섭섭한 적도 많았지만

듣고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매사에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 회사일로 짜증이 나있었는데 술까지 마셔서

저는 오빠에게 또 다시 예전 남친에게 했듯이

진심이 아닌 말을 내뱉었습니다.

 

 

오빠 나 이제 정말 지쳤어. 그만 만나.

 

 

역시나 바로 후회가 되어 용서를 빌었지만

그는 단호하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이렇게 끝내면 안될 거 같아.
 너는 홧김에 하는 말이지만 난 아니야.

난 너에게 늘 최선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우리 서로 더 노력하자.

 

 

고마워 오빠

 

 

저는 그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었고

그 후로 4년 반을 꾸준히 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랑은 그에 어른스러움 덕분에 이루어진 결실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지금의 남자친구를 통해 성숙함을 배울 수 있었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답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보다

그 후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늘 남자친구가 주는 사랑과 배려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모든걸 방관한 채

기분 내키는 대로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남자친구를 통해

성숙함을 배울 수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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