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Suddenly _ 지루한 일상

아파트 층간소음! 지옥이 따로 없다.

  • -
몇번의 이사를 통해 이곳 저곳의 아파트 생활을 했었지만 그 오랜기간(20년 이상) 동안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간혹 층간소음으로 인한 뉴스를 접할 때도 별 느낌이 없었다. 어쩌면 아랫층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유난스러우면 그럴까 싶을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땐 미쳐 몰랐다. 층간소음이 시작되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어떻게 사람이 살면서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살수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이곳이 조용한 산골마을도 아니고..

나도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인 생활소음을 내며 살고 있을텐데, 어떻게 상대에게만 조용히 하라고 강요할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소음에 노출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정도 소음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을테고, 층간소음 역시 사소한 이해의 부족이라 치부해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나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층간소음은 참을 수 있는 수준의 그런 문제가 아닌것 같다.

 

 

 

층간소음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쳐준 아랫집 아기엄마

 

층간소음

이곳으로 이사와 나에게 층간소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건 아이러니하게도 윗집사람이 아닌 바로 아랫집 젊은 아기엄마였다.

이사를 와 이것저것 정리할 것들이 아 정신이 없었지만 낮엔 시간내기가 어렵고 밤에 쿵쾅거릴 수도 없고 해서 특별히 평일 하루 일을 쉬고 집안 정리를 하기로 했다.

 

그날은 아침일찍부터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안될것 같아 오전에는 소리가 크게 나지 않는 일부터 시작했다. 점심시간쯤 블라인드를 달기 위해 벽에 구멍을 내야 했다.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전동드릴을 이용해 타공을 시작했다. 거실쪽 베란다 천장부터 "윙~ 탕탕탕탕~" 

 

도와주는 사람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타공하며 떨어진 콘크리트 가루들로 인해 온통 먼지를 뒤집어 썼다. 그리고 목을 계속 젖히고 천장을 보며 작업을 했었기 때문에 목이 아파왔다. 8개쯤 구멍을 뚫은 것 같다. 잠깐 쉬었다 해야겠다 싶어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려던 때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계속해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시간에 집에 올사람이 없는데.. 혹시 택배 시킨게 있나 싶어서 인터폰을 봤더니 아기를 앉고 있는 어떤 젊은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만요~ "문을 열었다.

 

"아랫집 사람인데요~"

 

"아~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오게 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그런데 무슨일로 그러시죠?"

 

그때 그 아기엄마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너무나도 짜증이 난듯한 표정으로 '제발 좀 조용히 좀 해!'라는 얼굴의 그 표정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죄송하단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너무 쿵쾅쿵쾅 시끄러워서 애가 잠을 못자잖아요~ 지금 애가 낮잠잘 시간인데 자꾸 시끄럽게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아 내.. 죄송해요. 새로 이사를 와서 잠깐 설치할게 좀 있어서 그랬습니다.

 금방 끝나는 거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죄송해요 ^^;"

 

아직도 화가 안풀렸던 걸까? "걸을 때도 좀 조심히 좀 걸으시면 안되요?"

 

"아 예.. 앞으로 조심할께요. 정말 죄송해요."

 

아기엄마는 앞으로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내려갔고 난 물을 한잔 마시며 시계를 봤다. 오후 2시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뭐지? 이사를 왔다는 거 뻔히 알았을텐데.. 이정도도 이해를 못해주나?

그리고 아기가 자야 하는 시간이니까 조용히 해달라는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기가 자는게 밤낮이 따로 있나? 졸리면 자는거지..

그럼 앞으로 나보고 어쩌라는 걸까? 소리도 내지말고 기어다니라는 건가?'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것 살면서 시끄럽다고 아랫집에서 올라온건 처음었다.

진짜 이런 일이 있구나 싶어.. 순간 멘붕이 왔다.

 

그렇게 며칠동안 아랫집이 신경쓰여 잘 걷지도 못했다. 늘 조심스럽게 걷고 주말 아침에는 혹시나 늦잠을 자는데 깨우는건 아닐까 싶어 세탁기 청소기 등 조금이라도 소음이 나는 물건의 사용도 자제했다. 며칠 뒤 주말, 친구들이 놀러왔다. 혹시나 하는 맘에 아랫집으로 내려가 이사왔다고 친구들이 놀러와서 그런데 조금 시끄럽더라도 양해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 참 짜증난다. 내 집에서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니까 어려운일도 아니고 조금씩 조심하는게 좋을거란 생각을 하면서 새로 이사온 곳에 정을 붙이기로 맘을 먹었다.

 

 

 

 

지옥의 문이 열린 순간

 

지옥

 

윗집에서부터 쿵쿵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새벽에도 쿵쿵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고 제대로 잠을 못잘지경이었다.

 

나도 아랫집에서 올라와 상당히 기분이 상했던 경험을 했던지라, 시끄럽다고 올라가면 윗집사람들도 분명 기분 상해할듯 싶어 조금 참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말이 왔고 주말이니까 좀 푹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하루종일 쿵쿵거린다. 조용할때는 아마도 외출을 했을 때 뿐인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심적갈등이 시작됐다.

 

'가서 말을해보는게 좋을까? 그럼 기분나빠 할라나?'

 

이사온지 이제 2달이 지나간다. 잠을 못자서일까 늘 피곤하다. 그리고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는 것 같고 자꾸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다. 아마 노이로제에 걸린것 같다.

 

처음에는 익숙해 지겠지 싶었지만 익숙해지기는 커녕 점점 미쳐버릴 것 같다. 정말 참다 참다 못해 내가 윗층에 뛰어 올라고 무슨 일을 내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나의 차가운 이성은 늘 그런 순간적 충동을 억제한다. 그래서 참고 참고 오늘도 또 참는다.

 

도대체 윗집사람은 뭘 하는 사람이길래 이 새벽에 잠을 안자고 저러는 걸까? 낮은 이해한다고 쳐도 새벽 2~3시에 쿵쿵 뛰어다니고 이건 진짜.. 아니지 않은가? 정말 미칠것 같다. 이런 십장생 같은 놈~ 혼자 욕을 하며 밤새 뒤척이다 잠드는게 이젠 일상이 되어버렸다.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만이 답인걸까?

 

이사

 

층간소음은 여전히 밤낮이 따로 없이 계속 들려온다.

아침에도 쿵쿵~ 밤에도 쿵쿵~ 새벽에도 쿵쿵~ 평일 낮은 잘 모르겠다. 나도 낮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주말이 되면 여전히 지옥문이 열리고 불기둥이 솟아 오른다. 하루종일 쿵쿵쿵쿵~ 집에선 쉴수가 없다.

정말 미치겠다. 이런 이야기를 얼마전 친구에게 말하게 되었다. 

 

"그거 답 없어. 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진짜 윗집사람 가서 죽이고 싶다니까~

 그거 이사가기 전까지 해결 안돼"

 

그런데 내가 지금 딱 그 심정이다. 친구 말로는 자기는 여러번 따지러 올라갔다고 했다. 알고보니 소음의 원인이 밤에 아들이랑 거실에서 야구를 하고 뛰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발 부탁이니 낮에는 뭘해도 좋은데 밤에는 잠 좀 자게 자제좀 해달라고 사정사정 했다는데, 윗집 사람은 내 집에서 내가 맘편하게 살지도 못하냐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참 진짜 이기적이고 이상한 사람들 많구나 싶었다.

 

그럼 난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올라가서 따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분명 서로 감정만 나빠지지 않을까?

 

이 아파트는 어떻게 지은걸까? 전에 살던 아파트들이 지은지도 오래된 것들이고 분명 지금 이사온 이곳이 더 좋은곳일텐데..

최근에는 층간소음 문제가 많아 이런 소음관련 시공에 더욱 신경을 써서 더 좋아졌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난 왜 헌집에서 새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지금것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소음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걸까?

 

내가 단지 운이 없어서 그런걸까?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걸까?

이사 한번 하는게 신경도 많이 쓰이고 힘도 들고 또 돈도 엄청 깨지는데..

그래도 하루를 살아도 맘편하게 살아야 하는거 아닐까? 아무리 돈도 좋지만..

 

아~ 오늘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깨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아파트 층간소음! 지옥이 따로 없다.>

Contents

포스팅 주소를 복사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