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이야기(연애글귀) _ 사랑에 대한 착각!

그 선배와 저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학창시절에도 꽤 친하게 지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취직을 했고,

마침 둘 다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서

우연히 정말 자주 마주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약속이 없는 날에는 술 한잔씩 하며

서로의 넋두리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선배를 좋아하게 됐지만

워낙 막역하게 지내고 있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 된지 1년이 되던 무렵,

저는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오늘은 꼭 고백하리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치킨집에서 둘이 만나 닭다리를 뜯고 있는데 그가 대뜸 물어왔습니다.

 

 

근데.. 넌 왜 애인이 없어?

주말에도 맨날 집에만 있고

 

 

에이~ 그럼 나한테 소개팅이라도 좀 해주던가~
난 오빠 같은 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런 친구들 없어요?

 

 

야~ 나면 나지, 나 같은 사람은 또 뭐냐?
그냥 나랑 연애 해.

 

 

네?

사실 저.. 도..

오빠 좋아하고 있었어요.

많.. 이..

 

 

제 말과 동시에 우리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그날부터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긴 짝사랑 끝의 연애라

저는 이 남자에게는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마침 그 무렵,

친한 동기 커플이 여자 쪽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고

그때 전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빠?

앞으로 우리에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주변에서 우릴 반대하거나

오빠에게 힘든 일이 있어서

내가 희생해야 할 때가 와도

난 다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

사랑하는데..

견디지 못할게 어디 있겠어.

그치? ^^

 

 

그래^^ 난 복 받은 놈이다.
난 니 말만 들어도 든든하다. ㅎㅎ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달리

사귄지 1년 반 쯤 되었을 때부터 우리는 자주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반대가 있던 것도,

특별한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그에 일 때문이었습니다.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랴, 프로젝트 하랴,

그는 매우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영화 또 미뤄?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아.. 미안해.

오늘은 진짜 일찍 끝날 줄 알았어.

근데, 너 왜 이렇게 화를 내?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

 

 

이런 식의 싸움은 갈수록 잦아졌고

 그러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며칠씩 연락을 안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정말 나, 회사 때문에 힘든 거..

니가 제일 잘 알잖아.

가끔 약속에 늦고,

우리가 이야기한 거.. 잊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난 누구보다 너와의 약속은 잘 지키려고 노력했어.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난 정말 이렇게 널 미워하고 싶지 않아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헤어지는 것도 생각해 보는게.. 좋겠어

 

못난 자존심에 저 역시 그러자고는 했지만

그를 만날 수도 없고, 통화조차 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우리가 만나온 2년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내가 막 회사에 취직했을 때,

툭하면 짜증내고 투덜거릴 때에도

우리관계가 잘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의 배려덕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스스로가 창피하고 미안한 마음에 그의 집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빠.. 미안해

 내가 철이 없었어

앞으로 잘 할께

용서해 주라 ^^;

 

 

무슨 용서?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야~ 근데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그 동안 내가 너 많이 힘들게 했구나.
울지마~ 오빠가 안아 줄께

 

 

 

 

우리는 사랑을 위해 모든걸 희생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 상대방이 조금만 약속에 늦거나

사소한 말실수를 해도 크게 화를 내곤 합니다.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건

이토록 사소하고 기본적인 배려덕분인데 말입니다.

 

무척 철없던 저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이 멋진 남자와 지금 전 함께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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